당근마켓은 왜 ‘마켓’을 뺐을까? 당근의 브랜드 전략

당근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당근’이라는 이름은 익숙할 것입니다. 저 역시 당근을 자주 이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이 있습니다. 왜 잘 알려진 ‘당근마켓’이라는 이름에서 굳이 ‘마켓’을 뺐을까? 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근이 더 이상 자신을 중고거래만 하는 ‘마켓’으로 정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근은 2023년 8월 서비스명을 ‘당근마켓’에서 ‘당근’으로 변경했습니다. 당시 당근은 ‘당신 근처’라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중고거래뿐 아니라 동네의 사람·가게·정보·일자리 등 다양한 연결을 담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밝혔습니다.

이후 실제 서비스도 중고거래를 넘어 동네생활, 모임, 당근알바, 지역 비즈니스 등으로 넓어졌습니다. 2025년 창립 10주년에는 중고거래·커뮤니티·모임·비즈니스·구인구직·부동산 등 지역 생활을 연결해 왔다며 ‘로컬의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방향을 새로운 기업 비전에 담았습니다.

그렇다면 당근은 어떻게 중고거래 앱에서 지역 생활을 연결하는 브랜드로 영역을 넓힐 수 있었을까요?

당근마켓에서 ‘마켓’을 뺀 이유

브랜드 이름은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당근마켓’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떠올리게 됩니다. 중고물품 거래가 핵심이었던 초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서비스 영역이 커질수록 ‘마켓’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브랜드의 범위를 좁게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근은 서비스명을 변경하면서 핵심 가치를 지역(Local), 연결(Connect), 삶(Life)으로 설명했습니다. 중고거래라는 하나의 기능보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연결’을 브랜드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당근’이라는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채소인 당근이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당신 근처’라는 의미가 함께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마켓’을 제거하면서 이름은 짧아졌지만 브랜드가 담으려는 범위는 오히려 넓어진 셈입니다.

중고거래가 동네를 연결하는 출발점이 된 이유

당근의 특징을 이해하려면 일반적인 온라인 중고거래와의 차이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고거래는 보통 ‘내가 가진 물건을 원하는 사람에게 판매한다’는 목적에서 시작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원하는 상품을 얼마나 쉽게 찾을 수 있는지, 가격은 적절한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지 등입니다.

당근은 여기에 ‘거리’라는 조건을 강하게 결합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끼리 직접 만나 물건을 주고받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이용자에게 상대방은 익명의 온라인 판매자이면서 동시에 ‘우리 동네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물건 거래가 아닌 다른 행동으로 확장하기 좋은 기반이 됩니다.

동네 맛집을 물어보고, 잃어버린 물건이나 반려동물을 찾고, 같이 운동할 사람을 구하고, 가까운 곳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것처럼 ‘근처에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문제는 중고거래 외에도 많기 때문입니다.

당근의 2025년 자료에서도 이러한 확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연도 중고거래 연결은 약 1억 9천만 건이었고, 동네생활에서는 8,600만 건의 소통이 발생했습니다. 당근알바의 누적 지원 횟수도 5,000만 회를 넘어섰다고 당근은 밝혔습니다.

국내외 중고거래·지역 플랫폼 비교

당근의 특징을 더 분명하게 이해하려면 국내외 비슷한 서비스와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두 사람과 물건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지만, 어떤 관계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는지는 서로 다릅니다.

서비스상대적으로 강조하는 영역브랜드 방향
당근가까운 지역과 사람지역 생활과 이웃 연결
중고나라다양한 개인 간 중고거래안전하고 편리한 C2C 거래
번개장터브랜드·패션·취향 상품취향 기반 리커머스
Nextdoor이웃·지역 정보·커뮤니티지역 커뮤니티 네트워크
Facebook Marketplace지역 기반 상품 거래소셜 네트워크와 중고거래 결합

이 표를 보면 당근이 단순히 중고거래 플랫폼 가운데 하나라기보다 ‘지역’과 ‘사람’을 중심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무엇이 다를까?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는 당근 외에도 중고나라와 번개장터가 있습니다.

중고나라는 개인 간 중고거래를 폭넓게 연결하면서 안전결제와 이상거래 탐지 등 거래의 신뢰성과 편의성을 중요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번개장터는 ‘취향’과 ‘브랜드’를 중요한 차별점으로 삼았습니다. 패션, 스니커즈, 스타굿즈처럼 특정 상품을 찾는 이용자가 브랜드와 관심사를 중심으로 상품을 발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반면 당근은 “무엇을 거래하느냐”보다 “얼마나 가까운 사람들이 연결되느냐”를 중요한 축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중고거래에서 출발했더라도 세 서비스의 방향은 조금씩 다릅니다.

중고나라는 거래, 번개장터는 취향, 당근은 지역과 연결이라는 차이로 이해하면 비교가 쉽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떤 서비스가 비슷할까?

해외에서 당근과 비교해볼 만한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미국에서 시작한 Nextdoor가 있습니다.

Nextdoor는 애초부터 중고거래 앱이 아니라 동네 사람을 연결하는 지역 기반 소셜 네트워크로 출발했습니다. 지역 주민이 질문을 올리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주변 업체를 추천하거나 분실한 반려동물을 찾는 등 이웃 간 소통이 서비스의 중심입니다.

Nextdoor가 ‘동네 커뮤니티 → 다양한 지역 서비스’로 확장했다면, 당근은 ‘지역 중고거래 → 동네 생활 전반’으로 확장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Facebook Marketplace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Facebook Marketplace는 기존 Facebook 이용자들이 주변 지역의 물건을 찾고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입니다. 지역을 기준으로 상품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당근과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 안에 중고거래 기능을 추가한 구조에 가깝습니다.

당근이 하나의 문화처럼 느껴지는 이유

당근의 변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서비스 기능보다 사람들이 당근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당근을 자주 이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단순히 중고물품을 싸게 사고파는 앱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무료로 나누거나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하기도 하고, 동네 정보를 묻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려주는 것처럼 자신의 재능을 나누거나 아주 사소한 생활 문제를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는 모습까지 나타납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당근이 배달의민족이 단순한 음식 주문 서비스를 넘어 한국의 배달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된 것처럼, ‘동네 사람끼리 무언가를 주고받고 연결하는 행동’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생활문화적 브랜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근의 동네생활에서는 초기부터 동네 질문과 일상 이야기가 활발하게 공유됐습니다. 2022년 공개된 자료에서는 동네생활 이용자가 2,300만 명, 누적 방문이 3억 2천만 회에 달했고 주요 활동도 동네 질문과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을 모두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살펴본 Nextdoor처럼 해외에도 지역 주민 간 도움과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만나 물건을 주고받고, 이웃에게 생활 정보를 묻고, 나눔과 소소한 도움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어지는 모습은 한국의 높은 인구밀도와 촘촘한 생활권, 아파트와 동네를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환경도 당근의 지역 기반 이용 방식이 자리 잡는 데 영향을 준 요소 중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창업자가 배울 수 있는 당근의 브랜드 전략

당근의 성장 과정을 보면 중요한 브랜드 전략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서비스를 반드시 처음 성공한 기능 안에 가둘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당근에게 중고거래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이지만, 중고거래를 이용하면서 만들어진 지역 이용자 네트워크는 다른 지역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습니다.

2024년 당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누적 가입자는 4,000만 명을 넘어섰고 월간 이용자는 2,000만 명에 근접했습니다. 당시에도 중고거래뿐 아니라 동네생활, 모임, 당근알바, 당근페이 등 여러 지역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동네에서 물건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동네 정보가 늘어나며, 지역 업체와 구인구직 같은 서비스도 활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당근이 구축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단순한 ‘중고물품 거래량’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2023년 이름에서 ‘마켓’을 제거한 결정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당근마켓에서 ‘마켓’을 뺀 것은 중고거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중고거래만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브랜드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을 이름에 반영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핵심 서비스에서 시작해 더 넓은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 브랜드 전략|H&B를 넘어 K뷰티 플랫폼이 된 이유에서도 단순한 유통 매장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한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FAQ

Q1. 당근마켓은 언제 ‘당근’으로 이름을 바꿨나요?

2023년 8월 28일 서비스명을 기존 ‘당근마켓’에서 ‘당근’으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8년 만의 브랜드명 변경이었습니다.

Q2. 당근은 왜 이름에서 ‘마켓’을 뺐나요?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의 사람, 가게, 정보, 일자리 등 다양한 생활 영역을 연결하는 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서비스 범위가 확장됐기 때문입니다. 당근은 당시 리브랜딩을 통해 하이퍼로컬 비전을 강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Q3. 당근과 중고나라·번개장터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세 서비스 모두 중고거래 기능을 제공하지만 강조하는 영역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고나라는 다양한 개인 간 거래와 안전성을, 번개장터는 브랜드와 취향 중심의 리커머스를 강조하는 반면, 당근은 가까운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Q4. 해외에도 당근과 비슷한 서비스가 있나요?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시작한 Nextdoor가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정보를 공유하고 주변 업체를 추천하거나 물건을 나누는 등 동네를 기반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비교할 만합니다. 다만 Nextdoor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출발했고 당근은 지역 중고거래에서 성장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Q5. 당근은 현재도 중고거래 앱인가요?

중고거래는 여전히 당근의 중요한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동네생활, 모임, 구인구직, 지역 비즈니스 등으로 서비스 영역이 확대돼 있으며 당근 역시 자신을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당근 공식 홈페이지, 당근마켓에서 ‘당근’으로 서비스명 변경 관련 자료
  • 당근 공식 홈페이지, 창립 10주년 및 지역 생활 플랫폼 비전 관련 자료
  • 당근 공식 홈페이지, 동네생활·중고거래·당근알바 이용 데이터 관련 자료
  • 중고나라 공식 홈페이지, 서비스 소개 및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 방향
  • 번개장터 공식 홈페이지, 브랜드·취향 기반 리커머스 전략 관련 자료
  • Nextdoor 공식 홈페이지, 지역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 및 플랫폼 소개
  • Meta 공식 자료, Facebook Marketplace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 소개

관련 글 보기